구조조정과 역병은 참 많이 닮았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찾아오는 바이러스 감염과 같이 구조조정은 경제와 기업이 과로(과잉 생산)로 면역(자기조절)기능이 떨어지면 어김없이 찾아온다. 구조조정도 전염성이 강해 한 기업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면 산업 전체, 지역 전체로 확산되고 전후방 연관 산업으로도 번져나간다. 중대형 조선소가 몰려 있는 거제와 자동차 공장이 있던 군산과 같이 산업의 선도 기업 또는 지역의 핵심기업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면 수십 만 명이 일터를 잃어 거리에 나앉게 되고, 지역 경제가 초토화 되는 재난상황에 봉착한다.

게다가 이 둘은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함께 다닌다. 세계금융위기 직후 2009년 대규모 구조조정이 찾아오면서 신종 플루가 이 땅을 뒤흔들었다. 2015년 메르스 사태가 터지자 뒤이어 해운·조선업의 구조조정이 시작됐고, 2020년에는 코로나19의 창궐과 동시에 구조조정의 물결이 휩쓸고 있다. 무엇보다 구조조정과 역병은 사람들의 생활은 물론 생명까지도 앗아간다. 코로나19의 경우 치사율이 유병환자 1만명 당 100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0.7% 정도지만, 구조조정은 2009년 쌍용자동차의 경우 정리해고 통보자 976명 중 30명이 생계고 등으로 사망해, 3%가 넘는다.

코로나 발 경기악화와 구조조정은 이미 시작됐다. 이번 구조조정이라는 전염병은 생산성 저하와 과잉공급, 과잉부채라는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자본주의 세계경제에 치명상을 입힐 가능성이 크다. 국제기구와 신용평가사들은 안 그래도 낮은 경제성장 전망치를 계속 낮추고 있고, 주식시장 등 자산시장은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다. 무역과 거래의 축소로 교역량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유가도 바닥을 향한 질주를 멈추지 않아 더 심각한 불황으로 치닫고 있다.

여러 나라에서 사실상 국경을 봉쇄하면서 여행사들은 줄도산에 이르고 항공업계도 인수합병과 함께 구조조정 되고 있다. 서비스업종에서도 이마트, 롯데마트 등 유통업 대형마트는 오프라인 매장을 대폭 축소하고, 도소매, 음식, 숙박업 등 대부분 영세 자영업자들의 영업영역에서는 과잉경쟁에 역병까지 돌아 갑작스런 수요축소로 폐업을 넘어 생계 위협까지 받는다. 여기에 금융과 보험업은 물론 자동차와 철강, 화학, 석유화학 등도 글로벌 공급과잉, 미중 간 무역전쟁과 같은 경쟁의 확대, 전기차 및 디지털 전환 등 산업재편으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예고되어 있다. 코로나 창궐은 이런 구조조정을 더 앞당길 게 뻔하다.

정부의 대응은 기가 막힌 수준이다. 이 심각한 전염병에 상처에 바르는 빨간약을 바르고 있다. 코로나 경기 악화에 대응한다며 편성한 추경 예산 11조 7천억 원 중 중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은 고작 2조 4천억 원에 불과하고 이중 대부분은 대출과 이자에 대한 지원이다. 빚을 내서 현 상황을 유지하면 이자 몇 푼 절감해주겠다는 것이다. 구조조정 대책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발표한 ‘2020년 경제정책방향’(2019.12.19)에서 신속한 경영정상화를 위해 “시장중심의 기업 구조조정 기반 강화”하겠다고 한다. 이제까지 구조조정은 대주주와 채권자인 은행의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비용절감을 이유로 노동자 정리해고를 조건으로 정부 돈으로 빚을 탕감하고 경영을 정상화시켰다. 기업 구조조정의 직접적인 이유는 대주주가 요구하는 이윤에 맞추기 위한 과잉 투자와 그만큼의 경영 판단 오류에 있다. 이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은 고사하고 노동자를 희생하는 조건으로 대주주와 채권자를 구원한 것이다.

이를테면, 코로나 사태에서 수많은 감염자를 낸 신천지 교회에 감염된 신자 퇴출과 격리를 조건으로 정부가 빚도 탕감해주며 교회를 새 건물로 지어주는 것과 같다. 만약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이 발병자와 국민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특정 지역, 특정 계층을 위한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더 큰 확산을 막는다며 대구와 경북을 진짜 봉쇄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생각만해도 끔찍한 일이 구조조정에는 당연한 일로 여겨지고 있다. 국가방역체계도 없고 제대로 된 치료시설도 없이, 돈은 줄 테니 허약한 감염자들을 버리고 면역력 강한 사람들로 알아서 살아남으라고 하는 것이 ‘시장중심의 기업 구조조정’이다. 구조조정은 자본에게 신천지다.

코로나 보다 센 놈이 오고 있다. 시장에 맡겨둘 것이 아니라 정부는 주요 기업과 산업을 사회화 하고 고용을 국가가 보장하는 구조조정의 국가방역체계부터 잡아야 하고, 우리들은 사재기가 아니라 손부터 열심히 씻고 구조조정 사태의 책임자를 국민 앞에 무릎 꿇려야 한다. 안 그랬다간 구조조정에 감염되어 죽거나, 면역력 강하면 살아남겠지만 몇 년 후 또 당해야 한다.

홍석만 (참세상연구소)  pr.kct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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